시공간 초월한 두 시대의 공존…이준희 개인전 '도시 한양'

입력 2022-09-14 12:23   수정 2022-09-14 12:24


이준희 작가의 개인전 '도시 한양'이 신촌 아트레온에서 9월 16일부터 열린다.

이준희는 달력, 상자, 한복 옷감, 실, 바늘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한 오브제를 고지도 위에 배열함으로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작품을 해왔다. 그는 2017년 '경기감영도'를 접한 후, 그 매력에 빠져 2022년까지 '경기감영도'를 현대로 불러오는 작업에 오랜 시간 몰두했다.

'경기감영 예찬'에서 시작된 작가의 작업은 전작 들과는 달리 지도가 가지는 축약된 현장으로 훨씬 더 직접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느 한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시성을 가지면서 촘촘하게 묘사된 건물과 도로와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19세기의 거리와 풍속을 현재에 재현해 내는 미시성을 띠고 있다. 작가는 세계를 경기감영도적 관점에서 훑으며 '바람의 시간' '도시한양' '서대문풍속도'로 이어지는 현대의 도시와 생활상을 세필로 묘사하기에 이르렀다.

'도시한양'은 서대문역 부근을 중심으로 경기감영도와 같은 부감법으로 그려졌다. 땅과 산천은 그대로이지만 지금의 생활상이 담긴 현대적 빌딩들과 사이사이 가옥들, 건물들이 생활지도를 보는 듯하다. 게다가 거리의 다양한 군상들은 저마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섬세하게 그려낸 배경 속에 간단하면서도 역동적인 인물군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19세기의 인물들도 군데군데 포진해 있는데, 조선시대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인물 풍속도인 듯,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여 같은 자리에 두 시대가 공존함을 보는 것 같다.

'도시한양'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처럼 표현되어 있다. 계절은 작가가 주로 활용하는 모티브인데,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꽃이 피듯 전작들부터 쭉 작가가 견지하는 역사의 희망을 바라는 장치인 듯하다.


"차디찬 북풍과 예기치 않은 역풍,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돌풍을 지나 언젠가는 반드시 순풍이 불어오는 옥색같이 맑고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식민의 시절을 지나 광복을, 전쟁과 폐허를 지나 K문화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지금의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질곡 속에서도 희망을 견지해 왔다. 전시 기간은 10월 6일까지며 관람료는 없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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